올해 부산 장편 다큐멘터리 단계별 지원 사업에는 총 15편(기획개발 7편, 제작지원 8편)이 응모하였다. 이 중 심사위원 개별 작품 검토와 발표심사, 선정회의 등을 거쳐 제작지원작 3편과 기획개발지원작 2편을 선정하였다. 부산의 다큐멘터리 감독들은 여러 영화제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주목 받고 있으며, 올해 응모작에서도 흥미 있고 높은 수준의 기획을 다수 만날 수 있어 고무적이었다. 이 중 창작자의 고유성이 돋보이는 작품을 올해 지원작으로 선정하였다. 선정작이 좋은 작품으로 탄생해 관객과 만나기를 응원한다.
▷제작단계
<남쪽>(산산, 오민욱 감독)
한국과 대만의 어떤 사건과 인물을 응시하는 감독의 시선과 은유적인 접근이 서사시 같은 정서를 남기는 다큐다. 동시에 이러한 연결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관객을 설득하는 것이 숙제인 작품이기도 하다. 이전 작품과 연작처럼 이어지는 감독의 필모그래피에 질문의 여지도 있지만 시그니처가 되기를 바라며 선정으로 가닥을 잡았다.
<해마를 찾아서>(기린스튜디오, 김미루 감독)
해양 다큐는 미학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분야다. 쉽지 않은 프로젝트임에도 감독의 인사이트와 기술적 노하우, 흥미로운 기획에 높은 점수를 줬다. 감독이 해마의 생태적 특징을 잘 이해하고 있고 수중 촬영에 오랜 애정을 쏟고 있는 점 또한 믿음을 준다. 영상화와 스토리텔링에 고민을 더해 피사체를 잘 찍는 것 이상으로 위로와 힐링의 주제를 전할 수 있는 작품이 되기를 응원한다.
<내가 말하고 있잖아>(필름상가 509호, 손태훈 감독)
한국에서 생활하는 이주 노동자의 삶과 한국을 떠나 타국에서 이주 노동자로 살고 있는 한국 청년들의 삶이 교차하는 시도가 다른 유사 작품과 차별화 될 수 있는 작품이다. 동시에 이러한 시도가 이질감이 들지 않도록 하는 전략적 고민도 지속했으면 한다. 이주 노동력이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산업 버팀목이 되어버린 시대에 이 작품은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기대해 본다.
▷기획개발단계
<내가 가장 예뻤을 때>(김영조 감독)
젊은 나이에 작고한 부산의 다큐멘터리 신나리 감독이 남긴 영상들을 이어받아 동료이자 사수였던 감독이 고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결심한 프로젝트다. 그녀가 남긴 아카이브가 미완으로 그치지 않고 새롭게 탄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추모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작품이다.
<우리의 정신병 일지>(임주은 감독)
가족에 대한 이해, 관계 회복, 정신병 등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은 기획이지만 작품으로서도 감독 인생에 있어서도 넘어서야 할 숙제 같은 작품이다. 사적 갈등으로부터 출발하는 기획인 만큼 관계성과 회복의 여정을 잘 담아내길 바란다.
심사위원 일동